오늘의 역사
1906년 7월 22일, 이인직 「혈의 누」 연재 시작
근대적 형식을 처음 실험한 한국 최초의 신소설이, 이념적 측면에서는 대표적 친일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 대표적 친일 문학 작품
1906년 7월 22일, 천도교 기관지 《만세보》의 지면 한 귀퉁이에서 낯선 이야기 하나가 연재를 시작했다. 청일전쟁의 포화 속에서 부모를 잃은 소녀 옥련이 일본으로, 다시 미국으로 흘러가며 신학문을 배우고 세계를 알아가는 이야기, 바로 이인직의 「혈의 누」 였다. 훗날 국문학사는 이 소설을 한국 최초의 신소설로 기록하게 된다.
이인직(1862~1916)은 일본 도쿄정치학교 유학을 통해 서구식 소설 기법과 신문물을 일찍 접한 인물이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통역으로 활동했고, 귀국 후에는 《만세보》의 주필을 맡아 「혈의 누」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대한신문 사장을 지내며 언론인으로서의 이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인직은 문학사 바깥에서는 매우 다른 무게로 기록된다. 그는 이완용의 측근(비서)으로 한일병합조약 체결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며, 여러 친일 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명백한 친일 협력자였다.
「혈의 누」는 권선징악과 영웅 일대기라는 고전소설의 틀에서 벗어나, 극적 사건을 먼저 던지고 과거를 되짚는 시간 구성, 그리고 비교적 사실적인 문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문명개화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그리고, 일본을 문명의 매개자로 서술하는 등 작가의 친일적 세계관이 작품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제목도 일본식 표현인 ‘血の淚’를 직역한 것으로, 우리말로는 ‘혈루’ 내지는 ‘피눈물’ 이 되어야 한다.
근대적 형식을 처음 실험한 한국 최초의 신소설이 그 이념적 측면에서는 대표적 친일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혈의 누」
- 연재 — 1906년 7월 22일부터, 천도교 기관지 《만세보》
- 작가 — 이인직(1862~1916), 도쿄정치학교 유학·러일전쟁 일본군 통역
- 문학사적 의의 — 고전소설의 틀을 벗어난 시간 구성과 사실적 문체
- 한계 — 일본을 문명의 매개자로 그린 친일적 세계관
- 제목 — 일본식 ‘血の淚’의 직역. 우리말로는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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