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1936년 8월 25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역사는 때로 총이나 칼이 아니라 붓 한 자루와 사진 한 장으로도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 또 다른 독립운동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그의 가슴에는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가 달려 있었다.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청년은 자신의 이름마저 일본식 ‘손 기테이’로 불리며 일본 대표로 시상대에 올라야 했다. 세계를 제패한 기쁨보다도 식민지 백성으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적 고통이 그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동아일보》는 바로 그 모순을 사진 한 장으로 고발했다.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의 시상식 사진을 게재하면서 그의 가슴에 붙어 있는 일장기를 지워버린 것이다. 일장기를 지운 것은 단순한 편집상의 조작이 아니었다. 손기정은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라는 사실, 그의 승리는 일본 제국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라는 선언이었다. 신문은 사진 아래 그를 ‘우리 용사 손기정’이라 썼다.
일제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총독부는 해당 신문의 발매와 배포를 금지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했으며, 《동아일보》는 무기 정간 처분을 받았다. 언론인들은 직장을 잃고 혹독한 탄압을 감수해야 했다. 사진 속 작은 일장기 하나를 지우는 일이 식민 권력에게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제가 끝내 지울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민족의 정체성과 독립을 향한 열망이었다. 손기정의 가슴에서 지워진 것은 일장기였지만, 그 빈자리에는 오히려 ‘조선인 손기정’ 이라는 이름이 더욱 선명하게 새겨졌다.
이렇듯 한 장의 사진이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를 뒤흔들었다. 역사는 때로 총이나 칼이 아니라 붓 한 자루와 사진 한 장으로도 저항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은 조선인의 가슴을 뜨겁게 한 또 다른 독립운동이었다.
일장기 말소 사건
- 1936년 8월 — 손기정,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일본 대표 ‘손 기테이’로 출전)
- 8월 25일 — 《동아일보》가 시상식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우고 ‘우리 용사 손기정’이라 표기
- 일제의 대응 — 발매·배포 금지, 관련자 조사, 《동아일보》 무기 정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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