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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환金長煥

1965년 8월 27일,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사망

사람은 떠나도 사상은 남고, 위대한 작품은 시간을 건너 누군가의 스승이 됩니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스승이 된 건축가

1965년,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가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서 수영을 하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한 시대를 바꾼 건축가는 그렇게 자신이 사랑했던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다.

1887년 스위스에서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훗날 ‘르 코르뷔지에’라는 이름으로 세계 건축사를 새롭게 썼다. 그는 건축을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사회를 새롭게 조직하는 일로 보았다. 철근콘크리트와 철골, 유리라는 새로운 재료를 적극 활용하고, 필로티와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과 수평창 등 이른바 ‘현대 건축의 5원칙’ 을 제시하며 현대 건축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의 대표작인 사보아 주택은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그의 기능주의적 선언을 상징하지만,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은 결코 차갑고 기계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롱샹성당에서는 콘크리트 벽과 빛, 곡선이 만나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한 비례 체계인 모듈러(Modulor) 역시 그가 건축의 중심에 결국 ‘인간’을 놓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영향력은 건물 몇 채에 머물지 않았다. 도시계획과 주거, 디자인과 미술, 건축 이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각은 20세기 전 세계를 흔들었다. 오늘날 그의 건축 작품들이 여러 나라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한 건축가가 얼마나 넓은 세계를 꿈꾸었는지를 보여준다.

만나지 못한 만남 —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다다오

그런데 르 코르뷔지에의 마지막 여름에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안도 다다오는 젊은 시절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면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접했고, 그의 건축에 깊이 매료되었다. 1965년, 스무 살 무렵의 안도는 자신의 우상을 직접 만나겠다는 꿈을 품고 유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을 엇갈리게 했다. 안도가 파리에 도착한 것은 그해 9월. 르 코르뷔지에는 불과 몇 주 전인 8월 27일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안도는 훗날 파리에서 가장 먼저 르 코르뷔지에의 사보아 주택을 찾아갔고, 그 공간을 직접 경험한 뒤 그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그의 건축을 찾아 떠나는 ‘건축 순례’를 계속했다.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르 코르뷔지에의 콘크리트와 빛, 그리고 사람이 걸으며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건축적 산책’ 의 개념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졌다.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콘크리트의 자유로운 표현은 젊은 안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훗날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은 자신만의 철학과 일본적 미학을 더해 세계적인 건축 언어로 발전했다.

위대한 만남은 반드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안도 다다오는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지 못했지만, 그의 건축을 통해 수많은 질문을 만났고, 그 질문을 평생 자신의 방식으로 답해 나갔다.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건축은 수많은 후배 건축가들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사람은 떠나도 사상은 남고, 위대한 작품은 시간을 건너 누군가의 스승이 된다. 어쩌면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다다오의 만나지 못한 만남은, 건축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인지도 모른다.

현대 건축의 5원칙

필로티 · 옥상정원 · 자유로운 평면 · 수평창 · 자유로운 입면

대표작 — 사보아 주택, 롱샹성당, 클라르테 아파트 모듈러(Modulor) —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한 비례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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