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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환金長煥

1910년 9월 10일, 매천 황현, 자결로 경술국치에 항거하다

나라의 마지막을 기록한 역사가는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 그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했습니다.

목숨으로 역사의 마지막 장을 쓴 선비

1910년 9월 10일, 나라를 잃은 한 선비가 붓을 내려놓고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조선 말기의 역사가이자 문장가였던 매천(梅泉) 황현 선생이다. 그는 조선의 마지막 46년, 고종 즉위 이듬해인 1864년부터 대한제국이 멸망한 1910년까지의 격동의 역사를 『매천야록』에 기록했다.

나라 안에서는 세도정치의 폐단과 민란이 이어지고 밖에서는 서구 열강과 일본·청나라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축을 벌였다. 동학혁명과 청일전쟁, 을사늑약과 헤이그 특사, 그리고 마침내 경술국치까지…. 그는 무너져 가는 나라를 지켜보며 기록했다.

『매천야록』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를 향한 지식인의 증언이었고, 무너져 가는 나라를 바라보는 한 선비의 통렬한 고백이었다. 황현의 붓끝은 권력자와 지배층의 잘못을 가차 없이 기록했다. 그래서 훗날 우리는 그 기록을 통해 나라가 왜 망국의 길로 들어섰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역사가로서의 그의 기록은 결국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 이르렀다. 1910년 8월 29일,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였다. 500년 넘게 이어온 나라의 역사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황현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리고 절명시 네 수와 유서를 남겼다. 그가 남긴 글에는 나라를 잃은 한 지식인의 참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는데
무궁화 온 세상이 이미 침몰했구나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지난날을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

황현은 고통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나라의 마지막을 기록한 역사가로서,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 그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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